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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WCOkorea

[인터뷰] 느리면 조금 기다려서 같이, 피치마켓

최종 수정일: 2018년 4월 9일

나는 책으로 함께 행복한 세상을 디자인합니다.

피치마켓은 어떤 곳 인가요?

 저희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읽을 거리를 제공하고자 설립한 단체입니다. 지금 현재는 비영리 민간 단체로 운영을 하고 있고 발달 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분들이 책을 같이 읽을 수 있게 독서교실도 운영하고 있고요. 책에 들어가는 삽화에 발달장애인 작가들을 섭외하여 제작하고 있어서 발달장애인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교실도 같이 운영하고 있어요.


느린 학습자를 위한 컨텐츠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피치마켓은 쉬운 글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어떻게 쉬운 글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발달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글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없던 책을 만들려다 보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첫 번째 책을 만들었어요. 책을 한 번 내 본 후에는 이런 시도를 좀 더 확산시킬 수 있도록 집중하고자 2015년에 피치마켓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의 목표가 발달장애인 분들을 위한 글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었고 일단 쉬운 글을 만들자는 것을 목표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가 쉬운 글일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 결과 발달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글을 만들어보자고 결정했습니다.


어떤 활동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시작은 발달장애인 문학도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문학도서를 만들면서 발달장애인 에세이집도 만들었고 장애인 학대에 대한 자료집을 발달장애인 분들이 이해하실 수 있게 새로 바꾸는 작업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9권의 책이 만들어졌고, 9권의 책들 중에는 발달장애인 중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가 만든 책도 있습니다. 사실 이 활동은 피치마켓의 원래 활동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사회공헌의 취지에서 그 친구가 꿈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차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발달장애인들이 성인이 되어서 읽을 만한 책이 많이 없었습니다.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동용 동화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독서와 거리가 멀어지고요. 그래서 중학생 이후로는 아동도서를 본다는 것에 대해 기분 나쁘게 생각하게 되면서 독서 습관이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책을 만들고 난 이후에는 독서 교실을 운영하면서 많은 발달장애인분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활동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한 분이 기억이 나네요. 그분은 42살이셨는데, 책을 그동안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가정형편과 같은 문제들로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셨다고 합니다. 책을 읽어본 적은 없으시지만 글자를 익히기는 하신 분이었는데, 이분이 저희의 책을 처음 읽고 저희에게 편지를 써 주셨습니다. 40년 만에 책을 처음 읽었고 이런 책을 만들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피치마켓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저희도 거창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보통의 많은 스타트업들과 비영리 단체들이 그러하듯 거창한 비전을 가지고 시작을 하기 마련인데, 저희도 그랬던 것 같아요. 지구의 평화를 지킬 것 같은 비전을 가지고 발달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 주고자 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소박하게 생각하고 천천히 그 단계를 밟아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면서 앞으로도 저희의 비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발달장애인들과 같이 활동을 하기 전에는 사실 저희도 편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단 몇 건의 언론보도 때문에 발달장애인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지금도 많이 계시고요. 근데 저희가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발달장애인 분들에게 오히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사회가 말하는 편견처럼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 사이에 그렇게 큰 격차가 없더라고요. 다만 이해하는 데 조금의 도움이 필요하고 상위학습을 하는데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냥 똑같은 사회 구성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가 활동함에 있어서 사실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시고 위험하다고 생각하시지만 저희가 경험한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여리고 겁도 많은 사람들이거든요.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살인사건 보도를 보고 편견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런 편견들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들도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저희가 하는 활동들을 통해서 알리고 싶습니다.

글∙사진: 컬처리포터 심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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