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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를 꿈꾸는 '열정대학', 유덕수 컬처디자이너

2018년 4월 6일 업데이트됨


열정대학은 ‘하고 싶은 일’이 모두 과목이 되는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셜벤처이다.

열정대학의 유덕수 대표는 청년들이 보다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청년들이 꿈을 이루도록 지원한다. 청년들의 다양한 진로를 응원하는 열정대학 유덕수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Ⅰ. 열정대학 소개, 그리고 열정대학이 정의하는 '진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열정대학 진로학습자 유덕수입니다. 저는 전문가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데요, 전문가는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이 나를 전문가로 생각했을 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진로학습자로서 저는 진로에 대해 항상 공부하고 실천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정대학 대표라고 하기보다 진로학습자라고 하는 게 열정대학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이제 직장의 시대가 끝나고 직업의 시대가 된 만큼 ‘열정대학’이라는 직장이 아닌 제 직업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그리고 열정대학 학생들, 많은 청년이 이러한 방식으로 삶을 디자인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진로를 굉장히 중시하시는 것 같은데, 열정대학에서 말하는 진로란 무엇인가요?



열정대학에서 진로교육을 중시하다 보니 진로의 정의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전에 나온 정의는 너무 추상적이라 진로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지을 필요가 있었거든요. 사업가들은 사업을 시작할 때 육하원칙에 따라 기획안을 작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계획과 목표를 세운 뒤 성장하죠. 사업할 때 기획안을 꼼꼼히 작성하는 것처럼 개인이 성장할 때도 세세한 계획과 목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내가 태어났으니까 내가 존재하고, 그다음은 존재하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고,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생각해야 하죠. 이렇게 한 단계씩 생각하다 보면 이 세상과 내가 겹치는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그리고 이 세상과 나의 접점을 적성이라 부르는 거죠. 따라서 한 가지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하면, 그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적성에 맞는 것은 나에게 맞는 걸 의미해요. 이렇게 나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왜 사는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어요. 왜 사는지, 인생에 대한 목적을 알게 되면 구체적인 목표가 나오게 되고 계획을 짜게 되어 어떻게 살지에 대한 답이 나와요. 
이 과정을 도와주는 게 바로 진로교육이에요. 그런데 현재 진로교육은 대부분 직업을 찾는데 치중되어 있어요. 육하원칙으로 그림을 그리면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죠. 활동에 대한 태도와 계획은 그다음 고민인 ‘어떻게 살 것인가’에 해당하고요. 우리는 이보다도 본질적인 문제를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인생의 중요한 목적을 찾는 게 먼저니까요.

열정대학 로고



이러한 진로에 대한 생각이 열정대학의 핵심가치에 드러나는 건가요?


네, 열정대학은 사회에서 원하는 것보다 자기만의 꽃을 찾아서 피우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깁니다. 요즘 사회는 스티브 잡스∙빌 게이츠가 되라는 얘기를 많이 하죠. 그렇게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답을 정해놓고 요구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스티브 잡스도, 빌 게이츠도 아닌데 어떻게 그 사람이 되겠어요? 개개인은 자기 자신밖에 될 수 없어요. 열정대학은 내가 누구이고 이 세상과의 접점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하도록 학생들을 도와줍니다.
 


Ⅱ. 유덕수 대표의 진로 찾기는 '현재 진행 중'



나는 누구인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가, 왜 사는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진로라 하셨는데, 이에 대한 대표님의 답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다 할 수 없어요. 인생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요. 저도 제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학생들과 그것을 나누고, 저만의 삶에 조금씩 가까워지도록, 학생들도 각자의 삶에 가까워지도록 열정대학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들어보고 싶어요. 대표님이 열정대학을 세우기 이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저는 20대일 때 CEO가 되고 싶었어요. 전공도 벤처중소기업이었고, CEO 분들을 만나려고 군대에서 편지를 10통이나 쓰고, 114에 전화해 옥션 비서실로 연락하고, 안철수 연구소 닷컴 한글도메인을 사서 만나달라고 거래를 하기도 했죠.

CEO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어릴 적 봤던 TV 프로그램 영향이 컸어요. 어려운 가게 매출을 늘려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경영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제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CEO의 꿈을 키웠죠.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요.

CEO의 필수조건인 스피치 능력을 기르기 위해 창업동아리 후배들에게 강연하고, 다분야의 지식을 얻기 위해 카테고리별 책들을 퍼센트까지 정해서 읽기도 했죠. 운전하는 동안 공부를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면허도 따지 않고 대중교통에서 독서를 했어요. 그렇게 CEO가 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며 신문 칼럼에서 미래의 CEO라는 호칭을 얻었고, 필리핀 어학연수 중에 투자 대비 수익창출이 큰 것 같은 유학원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선배의 책상 한편에서 시작해서 2010년에 돈을 벌게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책상 앞에는 항상 강남 100억짜리 빌딩 사진과 외제 차 사진, ’오늘 소주 마시는 걸 참으면, 10년 후에 양주 마신다’라는 좌우명이 붙어 있었는데 돈을 벌어도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때 문득 100억을 벌어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방황하기 시작했어요. 양주가 아니라 소주를 엄청나게 마셔댔었죠.




그렇다면 열정대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군대에 있을 때 만났던 구본형 소장님의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를 보다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캠프를 접하게 되었어요. 2박 3일 동안 어떻게 사는지를 가르쳐주겠다는 내용이었죠. 거금을 들여 캠프에 가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처음으로 가졌어요. A4용지를 주고 자신에 대해서 써봐라, 자신에 대해 몇 시간이든 이야기해보라고 하는데, 제가 성취하고 이룬 것 이외에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더군요. 대학을 다니지 않거나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유덕수라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닌데, 제가 알고 있던 유덕수는 껍데기뿐이었던 거죠. 그 캠프에 있으면서 세상은 왜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지, 왜 나이가 서른이 돼서야 이런 질문을 받는지에 대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20대를 위한 자기계발 전문가가 되기로 했죠.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자기계발’에는 ‘자기’가 없고 ‘계발’만 있어서 다 똑같은 계발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기’를 찾아주는 자기계발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거예요.




처음에는 유학원을 운영하셨다고 했는데, 열정대학에 올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 유학원 운영을 지속하는 동시에 열정대학을 운영했었어요. 어느 날 학생 하나가 찾아와서 그러더군요. 선생님 말씀대로 하고 싶은 일로 사는 건 맞는데 그걸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찾아도 자신이 그걸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열정대학을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4학년이니까 졸업하고 그냥 대기업을 가겠다고요. 평소 같았으면 그 선택이 쳇바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더 나오기 힘들어질 거라고 말렸을 텐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 친구의 모습에서 제 모습이 보였거든요. 저도 열정대학을 하고 싶고, 그것이 재미있고 보람되는데 유학원을 그만두지 않고 있었어요. 돈 때문에 유학원을 계속하는 거라면 다른 친구들이 돈 때문에 대기업 가는 것과 다르지 않잖아요. 마침 책을 보다가 ‘좋은 스승은 지식을 전달하는 스승이고, 위대한 스승은 존재 자체로 가르침이다’라는 구절을 읽고 유학원을 그만두었죠. 위대한 스승은 말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니까요. 
   


Ⅲ. 열정대학의 목표: 전문가 양성소


열정대학 유덕수 대표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


열정대학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신데요, 열정대학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열정대학의 목표는 전문가 양성소가 되는 것이에요. 저는 열정대학 학생들이 전문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격증이 있다는 걸 의미하기보다는 어떤 일에 대한 지식∙경험 풍부해서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거죠.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열정대학의 목표에 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대가 달라졌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일반 직장에 들어가거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선택의 문제였지만, 현재 우리는 100세 시대∙저성장 시대∙기술 빅뱅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요. 예전만큼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고, 생산 가능인구가 1년에 평균 25만-30만 명씩 감소하고, 자동화가 가속되고,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해서 기업의 평균수명도 줄어들고 있죠. 세계 최고의 리더들이 향후 20년 후에 현존하는 직업의 50%가 사라진다고 예측했어요.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과거의 지식은 쓸 데가 없어지고, 우리는 기업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되어야 해요.
얼마 전 정수기 회사 CF에 나온 팀장님이 ‘워터 소믈리에’라는 호칭을 쓰더군요. 물 전문가요. 만약 그분이 자신을 정수기 회사 팀장으로 규정한다면 회사가 망함과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겠죠. 하지만 자신을 물 전문가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정수기 회사를 가거나, 물 관련 산업에 취직하거나 창업할 가능성이 열리는 거예요.
세상은 바뀌었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모두 직업이 될 수 있어요. 이런 방향성을 가져야만 급변하는 사회에서 제대로 생존할 수 있는 거죠.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가치를 창출해야 해요. 다른 사람에게 더욱 좋은 제품과 서비스 제공하면 대가로 돈을 벌게 되죠. 그러한 가치라고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 전문가만이 제공할 수 있어요. 이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요. 열정대학에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전문가가 되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죠.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공부하는 열정대학 학생들



열정대학이 추구하는 '전문가'는 어떤 사람을 의미하나요?


덕후를 만나보신 적 있나요? 덕후를 만나면 아마 정신을 못 차리실 거예요. 그들은 정보 습득이 정말 빨라서 전문가처럼 많은 걸 알고 있거든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든 그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덕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미쳐있는 거죠. 자기 일을 사랑하는 덕후만이 미래에 전문가로서 살아남을 겁니다. 덕후는 관심 분야의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계속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거니까요.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빨리 습득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는 덕후가 유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죠.



기억에 남는 '덕후 학생'이 있으신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덕후 학생 중에는 버스 덕후가 있어요. 그 학생은 버스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서울∙경기 지역 모든 버스 노선을 다 외웠죠. 버스 번호 하나를 무작위로 던지면 그 버스가 서울과 경기에 각각 하나씩 있는데 어느 것을 의미하는지 물어볼 정도라니까요. 서울에서 가장 먼저 이층버스를 도입했을 때 시승에 참여하고 뉴스 인터뷰에도 나올 만큼 버스에 빠져있죠. 버스가 너무 좋은 나머지 미친 듯이 거기에 몰두하는 거예요. 그 학생의 꿈은 버스 기사에요. 열정대학 친구들은 그 학생을 이상하게 보지 않고 진심으로 응원해줍니다. 버스 덕후가 정말로 원하는 길이니까요.

등산 중인 열정대학 학생들

그렇다면, 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가 어떤 일을 잘하려면 10년을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거예요. 10년을 버티는 힘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서 비롯되죠. 물론 매일 일을 하면서 설레고 가슴 터질 것 같은 순간들만 지속되지는 않아요. 하기 싫은 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죠. 하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즐거움이 있고, 또 그 힘든 것을 버티기 위해서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전문가가 되어야 해요.
열정대학에 처음 들어왔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물으면 다수가 모르겠다고 답해요. 저는 있으면 이상한 거라고 하죠. 학생들에게 종이를 주고 아는 직업을 적으라고 하면 평균 30개밖에 안 나오거든요. 고용노동부 직업정보시스템을 보면 2016년도 대한민국에서 인정하는 직업 개수는 최소 1만 5,500개에요. 1969년도에도 직업이 4,000개 정도였고요. 이 세상에 음식이 1만 5,500개 있고 그중 가장 맛있는 음식을 골라서 평생 먹고 사는 걸 인생이라 비유한다면, 우리는 먹어본 음식은커녕 아는 음식이 30개도 안 되는 거예요.
맛있는 음식을 찾으려면 다양하게 먹어보는 수밖에 없듯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해요.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기가 절대 쉽지는 않죠. 열정대학은 대표가 과목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과목으로 만들 게 함으로써 과목의 다양성을 충족시켜요. 다른 과목들에 참가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가능성이 훨씬 커지죠.



하고 싶은 일을 찾은 뒤에는 어떻게 해야 전문가가 되나요?


다양한 경험을 해서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면 공부를 해서 발전시켜야 해요. 그래서 열정대학에서는 배운 뒤에 가르치라고 하죠. 저는 열정대학 학생들이 전문성 있는 선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진로수업 이외에 죽음학과∙행복학과 같은 수업을 열고 공부해서 가르칩니다. 학생들이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가르치면서 제 머릿속에서 명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안다’는 것은 머릿속에 정리되어서 입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해요.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실천하고 경험을 하면 그것이 지혜가 되고 전문성을 가질 수 있죠. 
 



Ⅳ. 열정대학의 교육: 개성의 존중이 곧 기회


공연 중인 열정대학 학생들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학생들이 수업을 여는 것 이외에 열정대학의 교육체계가 있나요?



열정대학에는 필수적인 요소가 거의 없고 강제적인 요소도 없습니다. 창업 후 2~3년 동안은 강제적 요소가 아주 많아서 졸업생이 겨우 8명일 정도였어요. 교육체계를 완전히 바꾸게 된 계기는 졸업생 모임을 했을 때였어요. 책도 많이 읽고 유명인도 많이 만난 졸업생들이 열정대학 졸업 후에 전과 같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졸업생들이 열정대학원을 만들어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거기에서 강제적 교육에 대한 한계를 느꼈죠. 시켜서 하는 일은 또 시켜야만 하게 돼요. 진정한 교육이 자율성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자율성을 가지고 본인이 스스로 움직일 때 그것이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열정대학에는 졸업요건이라기보다는 수료 조건이 있어요. 일종의 동기부여 장치들이 몇 개 있는데 이건 자율성과 강제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거죠. 대부분의 20대 청년들은 대한민국에서 자율성을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세대잖아요. 그러니까 자율성을 100% 주기보다는 동기 자극 요인을 주고, 그것을 통해 열심히 하도록 도와주고, 본인 스스로가 동기부여를 요인을 찾도록 하죠. 결국, 열정대학에서 공부하는 자율적인 동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열정이죠. 열정대학의 교육체계는 이를 지지하고요.


'하고 싶은 일'로 과목을 만드는 열정대학 학생들

열정대학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학생들이나 수업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석원이라는 학생은 ‘섹스학과’라는 과목을 개설한 친구예요.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되려고 열정대학에 왔는데 우연히 술자리에서 이성에 관한 관심이 지대한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기억에 남는 성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눴어요. 그 이후로부터 석원이는 성교육 공부를 1년간 하고 가르치기 시작해서 성교육 전문강사가 되었죠. 보건복지부에 강사 계약을 체결하고 작년에만 연 300회 이상의 강연을 했어요.
이에 자극을 받은 동규라는 학생은 돈학과를 열어서 돈과 금융을 공부하고, 전공이 그 분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투자회사를 차렸어요. ‘나는 주식으로 맞벌이한다’는 책도 출간했는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고요. 책을 들고 찾아와서 감사하다고 했었던 게 기억에 남네요.
디즈니 입사가 꿈인 채윤이는 디즈니 학과를 개설했어요. 디즈니 작품들을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죠. 대한민국 최초의 캐릭터 디자이너 김상진 감독님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디즈니 패러디로 유명한 유투버 밑에서 조연출로 일하기도 했어요.
부모학과에서는 자녀 수가 줄어드는 만큼 부모교육이 중요해지는 시대라 생각하여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공부를 하고, 맥주 학과에서는 맥주 공부를 하다가 맥주 자격증을 딴 친구도 있어요. 또 캘리그라피와 춤을 함께 배워서 춤추는 캘리그라퍼가 된 친구도 있죠. 거대한 천을 바닥에 깔고 춤을 추다가 춤이 끝날 즘에 행사명을 큰 붓으로 그리는 공연을 선보였어요. 최근에는 난타와 함께 공연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열정대학에서는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죠.
지금 세상에는 정보가 정말 많고 기회도 정말 많아요.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방향만 잘 설정해서 가면 이제는 자격증이 없어도 충분히 전문가가 될 수 있어요.

열정대학 라면 경연 대회

열정대학에서 수업 이외에도 많은 활동을 하던데, 기억에 남는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라면 경연 대회를 열었던 적이 있었어요. 오뚜기 라면 연구소 선임 연구원이 오셔서 심사를 봐주셨죠. 깜짝 놀라시며 회사에서 라면 대회를 열어야겠다고 하더군요. 스테이크라면, 빠네 라면, 라면 월남쌈…… 예선, 본선에서 온갖 메뉴가 다 나왔어요. 라면 경연 대회 우승 상금이 5만 원밖에 되지 않아서 재료비가 더 많이 드는 대회였는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열심히 임했죠. 오직 재미있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아주 어릴 때 재미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것과 같은 원리죠. 그것만큼 더 중요한 동기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던 학생들의 어린 시절을 되돌려보고 싶어요.



Ⅴ.  유덕수 대표의 조언: 결국엔 원하는 일을 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있을 텐데,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상당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주입식 교육을 받아 세뇌당한 상태에서 자신의 길을 가는 건 안 가봤던 길이라 두려울 수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이 정해준 길을 가는 게 편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편한 게 행복한 것은 아니에요. 흔히 편한 것의 반대말이 불행이라고 오해해요. 편한 것의 반대말은 불편하고 힘든 거죠. 행복한 것의 반대는 불행이고요. 즉 힘들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 되죠. 힘들면서 행복할 것인가, 편하면서 불행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흔히 어려운 상황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공무원시험을 보거나 대기업에 들어가겠다고 하는데, 그 경쟁률을 뚫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재미와 흥미에요. 그러한 원동력이 부족한 사람은 그 분야에서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특정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해서 애초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유리해요. 원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전문가가 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거죠.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면 당장 원하는 일의 100%를 할 필요는 없어요.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장은 원하는 일을 1%밖에 못하더라도 차츰 그 원을 키워서 좋아하는 일로 돌아가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Ⅵ. 열정대학의 미래: 문턱 낮은 최고의 교육기관

꿈을 좇는 열정대학 학생들


앞으로 열정대학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열정대학의 목표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교육기관이 되는 것이었어요. 다들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기관이 서울대라고 하지만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최고로 잘 가르쳐서가 아니라, 현 사회적 기준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아서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이란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으면서 들어온 학생들을 교육기관의 목적에 맞게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열정대학의 목적은 그런 학생들을 자기답게 살도록 변화시키는 것이고요. 이러한 열정대학의 목적을 지키기 위해 기존에 있었던 면접제도도 없앴죠. 그래서 지금은 최고보다 좋은 교육기관이 되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올해 계획이 있다면, 하나는 전반기 책을 내는 것이에요. 다양한 학과에서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내용∙사례를 넣어서 만들고 싶어요. 책 출판과 더불어 열정대학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열정대학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원하는 일을 찾아 도전하며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대중화시키는 것이 목표이죠.




열정대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사회가 무엇인가요?



열정대학을 통해 학벌사회를 없애고 싶어요. 지금 수많은 사람이 좋은 대학을 가려는 이유는 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가장 큰 방법이기 때문이잖아요. 이름값이 높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전국 어느 대학을 나왔든지 학생들이 하고 싶고 잘하는 것을 찾아주면 학생들이 완전히 몰입해서 성공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좋아하는 일로 성공하는 학생들을 많이 양성하면, 서울대를 가지 않아도 행복한 모습을 보고 이 사회에서도 생각이 달라지겠죠. 하고 싶고 잘하는 걸 찾는 게 더 중요하고, 진로교육을 보완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공교육에서 진로교육 확대할 것이고 열정대학은 사라지면 돼요. 
저는 열정대학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셜벤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니까요. 학벌 사회 문제가 사라져서 열정대학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결국은 궁극적으로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거예요. 지금 한국 사회는 너무 획일화되어 있거든요. 꽃밭 전체가 장미꽃이면 얼마나 질리겠어요. 모두가 각자의 꽃으로 아름답게 필 수 있다면 개개인의 행복도도 증가하고 전체의 아름다움도 강화될 거예요.
이와 관련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사과나무에서 절대로 배가 열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 사회에서 배가 제일 비싸다고 배를 열라고 해도 사과나무에서는 사과가 열리죠. 비싸고 예쁜 것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사과도 맛있거든요.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요.

열정대학 '청춘이여, 가슴 뛰는 삶을 살자'

마지막으로 열정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사회가 경쟁이 치열하고 알바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잖아요. 20대들이 무기력한 상태일수록 함께 걷고 작은 성공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열정대학에서는 영화를 만들거나 플래시몹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 작은 경험들을 쌓아가요. 그리고 그러한 작은 경험들이 쌓였을 때 자신감도 삶의 만족도도 높아지죠. 열정대학 학생들이 작은 성공을 맛보며 무기력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응원하며 꿈을 좇는 거죠. 이렇게 응원하는 문화가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한 발짝씩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요.





[열정대학]

Web. http://passioncellege.com/

FB.     @passioncollege


인터뷰       김동은 인턴


사진          유덕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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