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컬처오픈의 첫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려요.
21세기 ‘공감과 협업’의 시대를 맞이하며 시작된 고민에서부터 시작한 열린문화운동 17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작권료 수입은 전액 열린문화운동 월드컬처오픈의 비영리 프로젝트에 사용됩니다. 아래는 이어령 전 문화체육부 장관께서 작성해 주신 책 서평 입니다.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홍석현 지음, 샘앤파커스
2004년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초청으로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월드컬처오픈(WCO)’의 행사에 참여했다. 글로벌 시대 각각 지역의 문화속에서 ‘세계’와 통하는 길을 찾고, ‘문화’를 매개로 자신이 꿈꾸는 ‘열린’ 세상을 ‘디자인’하는, ‘컬처디자이너’들이 모여 있는 단체였다. 한강변에서 연에 그림을 그려 띄워올리며 하늘을 갤러리 삼자는 행사 아이디어를 냈더니 흔쾌히 받아주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 WCO의 활동은 꾸준히 이어졌고, 그 자신이 컬처디자이너인 홍석현 회장은 또다른 컬처디자이너들을 발굴했다. 그리고 그 경과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에세이 성격의 책 속에서 그가 고민하고 제시하는 문화의 개념이, 지난 30~40년간 나의 문제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흥미롭다. 지난 17년간 국내외에서 펼친 WCO 활동을 돌아보고 ‘매력국가론’ 등 평소 생각들을 담은 이 책은 한 개인의 기록물인 동시에, 하나의 사회문화적 실천으로도 보인다.
저자는 책에서 “문화란 우리 삶 자체, 인간 존재가 뿜어내는 모든 양태. 삶의 뿌리에서 발현된 모든 것”이라고 쓰고 있다. 또 “문화는 예술만을 말하지 않는다. 문화란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것이다.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은 예술가와 건축가, 엔지니어와 여성이며, 창의성이란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냄으로써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을 초월해내는 것”이라는 요한 갈퉁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장의 말도 인용하고 있다.
[일러스트=강일구]
무릇 문화가 군사나 정치경제를 추동해가는 문화의 시대다. 각자가 고유의 자기 문화를 갖지만 폐쇄적이지 않고,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월드’ ‘컬처’ ‘오픈’의 정신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글로벌리즘이나 문화상대주의 혹은 문화절대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키워드다. 너와 나를 구분하면서도 들고나면서 양쪽으로 열린 세포막같은 문화, 그저 일곱 가지 색이 아니라 그 자체가 여러 색으로 이뤄진 하나의 색인 무지개 같은 문화. 우리가 말하는 새로운 문화도 그처럼 ‘1이면서 다’인 모순을 간직한 것, 하나이되 하나가 아니고, 제각각 독립돼있으면서도 연결돼 있는 것이다. 세대와 지역, 민족 등 모든 차이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열린 시스템으로 끌고 나가는, 언뜻 보면 모순같지만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향해야할 삶의 가치도 바로 그런 문화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이 21세기 한국인의 정신적 선택지가 돼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책의 제목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를 남아프리카 반투어 계열의 단어인 ‘우분투(ubuntu·우리이기에 내가 있다)’에서 따왔다고 밝히고 있다. 줄루족, 코사족 등 수백개의 크고 작은 부족들이 사용하는 인사말로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가 무너질 수 있었던 것도 오직 공존을 염원하는 ‘우분투’ 정신으로 흑인들이 무장한 결과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런 것이 문화의 힘이며, WCO가 꿈꾸는 세상이라는 얘기다.
지식인의 문화담론이 실천력이 없는 것과 달리 이론과 실천을 함께 한 이 책을 읽으면서, 잠자는 사이 뼈에서 피가 만들어지듯이 세상이 모르는 사이에 WCO와 저자가 문화의 피를 만드는 조혈자였다는 생각도 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발췌: 2016년 12월 22일자 중앙일보)
Comentar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