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선 세계어린이크레용기금 대표
“색은 무의식의 언어에요. 색채를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마음이 보입니다.” 지난 4일 서울 도곡동 사무실에서 만난 세계어린이크레용기금 백낙선(62) 대표는 “색채 표현으로 아이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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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대표는 세계어린이크레용기금을 2008년 설립해 색채 심리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과 함께 소외된 아이들의 심리 치유를 돕고 있다. 색채 심리 치유는 크레용과 수수깡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미술 활동으로 아이들의 감춰진 상처를 드러내며 치유하는 과정이다. 그림을 그리고 찰흙으로 빚는 등 미술 활동만으로도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고, 동시에 그 속에서 아이의 심리 상태 또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세계어린이크레용기금은 2010년 NGO로 정식 등록됐다.
서양화를 전공한 백 대표가 색채 심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연히 읽은 책 한 권 때문이다. 백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학생들을 상대로 미술을 가르쳐왔는데, 가르침 뒤에 항상 이유 모를 갈증을 느꼈다”며 “그런데 우연히 책 한 권을 보고 이 갈증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 색채 심리 연구가가 쓴 책이었는데, 색채 표현이 어떻게 정서의 안정과 인간의 잠재능력을 끌어내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백 대표는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만 하다가 ‘미술이 하나의 대화가 될 수 있구나’ ‘함께 만들어가면서도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구나’를 느끼면서 마음이 가득 찼다”고 말했다.
이후 백 대표는 일본으로 가서 직접 색채 심리를 공부했고, 2006년 색채 심리연구소를 세우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북한 이탈주민 학교, 저소득층을 돕는 지역아동센터, 장애인센터 등 대략 20여곳의 기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소외 아동을 대상으로 색채 심리 치유를 하고 있다. 색채 심리 치유법을 배우기 위해 세계어린이크레용기금을 찾는 이들도 연간 약 50명 정도다.
지난해 한 학기 동안 색채 심리 치유를 받은 한 북한 이탈 학생 A(9)는 첫 시간, 자신을 그려보라는 얘기에 색연필로 삐뚤삐뚤하게 서 있는 자신을 그렸다. 무슨 색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배경도, 본인도 흐릿하게 채색했다. 하지만 수수깡 놀이, 이야기책 만들기, 내가 가고 싶은 곳 그리기 등 꾸준히 미술 활동을 하면서 A는 자신을 점차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시간, 다시 자신을 그려보라고 했을 때 A는 흐릿한 모습 대신 짙은 색으로 채색된 강인한 닌자의 모습을 그렸다.
백 대표는 “처음엔 미술 도구를 집어 던지며 거부했던 아이들도 기다려주면 결국 그림에 무지개가 피더라”며 “상처가 치유될수록 짙고 다양한 색채를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이들이 색채 표현을 통해 상처를 치유 받고 알록달록 세상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색연필·수수깡의 마법, 탈북·장애 아이들 상처 … 알록달록 지워나가요.
http://news.joins.com/article/2269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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