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혜 자전거문화살롱 대표
“먹고 사는 다양한 모델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양성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믿죠.”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자전거문화살롱’ 하은혜(35) 대표의 목소리엔 여유가 넘쳤다. 획일화된 사회를 깨우는 신선한 울림이다. 그는 2014년부터 자전거를 매개로 문화콘텐트를 개발하는 1인 기업 ‘자전거문화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자전거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나눠먹는 ‘자전거 식당’, 자전거 부품으로 놀이기구를 만든 ‘자전거 놀이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음악을 들려주는 ‘자전거 음악 배달부’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울예대에서 광고를 전공한 뒤 축제·공연 스태프로 일했던 그가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8년 일본 여행을 하면서다. 교통비를 아낄 요량으로 접이식 자전거를 가져간 덕에 한 달 간 도쿄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색다른 체험을 했다. 귀국한 뒤 독립잡지 ‘클(cle)’을 만들어 세 차례 출간한 것은 그 기분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였다.
“자전거 잡지라고 하면 자전거 코스나 장비 소개가 중심이기 쉽죠. 하지만 ‘클’에는 자전거가 등장하지 않아요. ‘자전거스러움’을 주제로 커피공방 등 동네에 있는 아날로그에 대해 다뤘어요.”
남과 다른 그의 아이디어는 자전거를 중심으로 점점 확장됐다. 2012년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1년 간 다양한 문화를 접했던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 현지 ‘자전거음악축제’에 참여하면서 ‘자전거문화살롱’의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자전거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 음향시설을 돌리더라고요. 접이식 간이 테이블이 달린 작은 자전거가 식당이 되고요, 폐자전거를 활용한 업사이클 놀이터도 인기가 많았지요.”
귀국한 뒤 그가 벌인 ‘자전거문화살롱’의 첫 사업은 ‘자전거음악배달부’였다. 앰프를 넣을 수 있는 나무 상자를 자전거에 달았고, 노래 부르는 인디밴드 가수는 자전거 뒤에 앉혔다. 서울 홍대 앞과 연세로 등을 다니며 펼친 이동 공연을 사람들은 흥미로워했다.
자전거 개조를 위해 그는 목공 기술도 직접 익혔다. “원래 용접기술을 배우려고 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성 회원을 받아주지 않아 목공 카페에 가입했다”는 그의 손에서 10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자전거식당이 만들어졌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공연 무대도 제작 중이다.
‘자전거문화살롱’의 수익은 대부분 지자체·공공기관의 축제나 행사에 참여하면서 얻는다. 그는 “연간 50여 건 정도 일이 들어온다”면서 “한 사람 인건비는 충당이 된다. 남과 다르게 살아도 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비정기적 이벤트처럼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을 어떻게 하면 좀더 일상적인 문화로 만들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음식 만들어 나눠먹고 음악 틀어 함께 춤추고 … 자전거의 즐거운 변신 http://news.joins.com/article/2269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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