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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특별한 이들의 특별한 예술, '스페셜아트' 김민정 대표

2018년 4월 9일 업데이트됨

이들을 언제까지 치료를 받는 환자로서 대해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그 대신 이들이 가진 강점을 이용해서 조금 더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페셜아트 대표 김민정입니다. 저는 미술에 재능 있는 발달장애인들을 발굴하고 그들을 전문 작가로 육성하는 일련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Q. 스페셜아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나요?

미술에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인을 발굴해서 그들의 작품 활동에 도움을 주는 일들을 해요. 작가를 발굴하는 방법 중에는 공모전을 개최하는 것이 있고요. 그리고 원내에서 미술 수업이 상시적으로 진행되는데, 그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작가를 선정하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평소에 지속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분, 충분히 혼자서도 자기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는 분들이 스페셜아트의 작가 양성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들로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하는 사업을 해요. 더 나아가 작가들의 그림을 아트 상품으로 제작해서 판매하기도 하고요.


Q. 발달장애인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도 개최하신다고요. 어떤 내용의 세미나인가요?

네. 스페셜아트가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진행했던 세미나에요. 보통 장애 작가들이 그림을 그려내면 부모님들은 그 그림들을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 지, SNS에는 어떻게 게시하는 지, 홍보는 어떻게 하는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사실 발달장애인 작가들은 작품 활동을 하는 것 자체는 전혀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즐겁게 심취하고 몰입하며, 오히려 즐거운 놀이라고 여기죠. 그렇게 쏟아낸 작품들을 관리하는 역할은 대부분 부모님이 하게 되는데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 부모 세미나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부모님들은 그림을 보고 그저 우리 애가 그린 낙서 쪼가리로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기준이 모호하신 거죠. 그러셨던 분이 세미나를 들으신 후에는 지금까지 아이가 그렸던 작품들을 하나하나 다 모아오곤 하세요. 예전에 세미나를 수강하신 한 어머니께서 발달 장애 자녀가 아주 어린 아이일 때부터 그린 그림들을 모아서 만든 포트폴리오를 제게 보여주셨는데, 작품들이 너무 좋은 거에요. 그래서 저희가 그 작품들을 가지고 '특별한 작가의 작업실'이라는 전시회를 연 적이 있어요. 이처럼 부모님을 교육시켜서 숨어 있던 작가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그들의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것이 세미나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발달장애인들의 예술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미술치료사였습니다. 이 쪽 일을 하다 보니 발달장애인들을 접할 기회가 정말 많았는데요. 보통 발달장애는 완치라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생애 주기 별로 그 나이 대에 맞는 치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렇다 보니 저는 발달장애인들을 언제까지 치료를 받는 환자로서 대해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그 대신 이들이 가진 강점을 이용해서 조금 더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처음으로 '재능육성반'을 만들어 작가 발굴을 시도해보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좋은 평가를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그렇다면 이 작품들을 나만 좋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다만 사람들에게 보여질 기회가 없었던 것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또 다른 계기 중 하나는, 발달장애인들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그 독특함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발달장애 작가들은 세부 묘사나 색 선택과 같은 기본적인 이론을 학습한 적이 없는 작가들이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감각적으로 자기들만의 느낌을 표출해내곤 해요. 우리가 사람을 그릴 때 일반적으로 얼굴 윤곽부터 먼저 그리고 그 안에 눈, 코, 입을 배치한다고 하면 우리 작가들은 그냥 자신이 생각하는 어느 한 부위부터 그려나가기 시작해요. 그런 차이가 조형적인 독특함이나 색감의 독특함을 만들어내더라고요. 추상적인 듯하지만 구상적이고 구상적인 듯하지만 추상적인, 이렇게 경계가 모호한 느낌들이 오히려 새로운 장르를 구축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발달장애인 중에서도 성인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진행하시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의 학생들에게는 그나마 우리 사회가 굉장히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국가에서도 아동, 청소년을 위한 지원을 충분히 해주는 편이고요. 하지만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장애인들에게는 정말 많은 어려움들이 생깁니다. 제가 주목한 점은 그들에게 사회적인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학생 신분을 벗어난 대부분의 성인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어디에 소속된 누구라고 하잖아요. 제가 '스페셜아트의 김민정대표입니다'라고 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름을 설명해주는 사회적 역할이 함께 따라다니죠.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은 그런 타이틀을 얻을 기회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예술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장애 유무와는 상관없이 건강한 사회적 역할을 부여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충분히 자신의 작업을 하고 그 작품에서 수입을 얻으며 '저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술 작가 누구 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스페셜아트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칠 나이 대인 20대의 성인 발달장애인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그 친구들이 전문 작가로서 본격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합니다.

Q. 작가들이 스페셜아트에서 활동하며 변화되는 부분이 있나요?

우선, 그림이 다양하게 변해요. 스페셜아트가 작가들에게 바라는 것은 훌륭한 그림, 부모님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기 삶이 담겨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거든요. 이것 저것 여러 그림을 그려 보며 그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 내는 거죠. 그렇게 가르치다 보니 작가 본인이 힘들 때는 무거운 그림, 즐거울 때는 밝은 그림들이 탄생하더라고요. 그림을 그리는 태도가 변화하기도 하는데요. 이소연이라는 작가는 원래 그림을 아주 빨리 그리는 습관이 있었어요. 15분만에 한 작품을 완성시킬 정도였죠. 그런데 지금 그리고 있는 작품은 한 달 동안 작업 중이거든요.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을 인식하는 데서 오는 굉장한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몇몇 분들은 궁금해하시기도 해요. 이 활동을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이냐고, 장애 작가들이 이런 전시를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이냐고 말이죠. 그런데 작가들도 그 기쁨을 다 알아요. 제3자가 봤을 때는 작가들의 표정변화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지속적으로 함께해 온 저와 부모님들은 그게 충분히 느껴져요. 작가들이 한 행사가 끝나고 나면 다음 전시회나 경매파티가 또 언제 열리는 지 계속 물어보거든요. 그 순간이 좋고 행복하니까 그렇겠죠?

작가의 전반적인 삶이 변화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스페셜아트의 한 작가를 좋아하는 콜렉터께서 여행지에서 그 작가를 떠올리며 펜을 한 자루 사서 선물해주신 적이 있어요. 실제로 만난 적도 없는 두 사람이 작품을 통해서 소통했던 소중한 경험이었는데요. 지금까지 우리 작가들은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혼자서 닫힌 생활을 했었는데, 이제는 자신을 지지해주고 자신의 작품을 좋아해주는 팬이 생기면서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게 되는 거죠.

또한 이 과정 속에서 작가 뿐만 아니라 그 팬의 삶,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도 함께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을 테고, 나중에 장애아동 특수학교 건립 건으로 찬반투표를 하게 되더라도 찬성에 표를 던질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사업이 작가의 삶, 그리고 비장애인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것이 결국에는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Q. 활동하시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스페셜아트의 활동이 섣불리 '좋은 일'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 아쉬워요. 그래서 일부러 전시를 할 때도 '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요. 하지만 홍보를 할 때는 더 많은 장애인 작가들이 스페셜아트에 찾아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애의 타이틀을 사용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스페셜아트의 사업 소개를 듣고 나서 하시는 첫 마디가 '아, 좋은 일 하시네요'에요. 그 말은 '역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나는 아직 그 쪽과는 관련이 없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는 거죠. 하지만 스페셜아트가 하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주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수 없거든요. 전시를 보러 와주시고 상품을 구매해주시는 한 분 한 분이 모여 장애작가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저희의 사업을 그저 좋은 일이라고 단정지으며 거리감을 두지 않으셨으면 해요. 대신에 이런 일들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더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인식하면서, '매력적인 일에 저도 동참하고 싶어요'라는 말로 다가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 작가들과의 관계나 작업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딱히 없어요. 제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작품을 포스팅할 때 많이 쓰는 단어가 '두근두근', '설렘'이더라고요. 저 작가가 이제 어떤 작업을 할 지, 저 그림이 어떻게 변할 지가 저로서는 굉장히 가슴 뛰는 일이거든요. 스페셜아트를 운영하면서 여러 일들에 지치더라도 작가와 작품들이 저를 계속 충전시켜주는 것 같아요. 





Q.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제가 스페셜아트를 설립할 때 이 공간을 선택한 이유가 바깥에 보이는 저 나무들이었어요. 꽤 넓은 면적이 유리창으로 되어있는데 모든 창 밖마다 나무들이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 공간에 성장의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바깥의 나무들이 성장하는 동안 이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도 성장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이런 기운들이 서로 교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이 공간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이 가끔 멍하니 창 밖으로 시선을 두고 나무들을 바라볼 때 인데요. 잠시 동안의 그 교감을 끝내고 다시 또 막 작업을 하곤 해요. 그런 순간들이 제가 이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곳이 오랫동안 잘 유지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우리 작가들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순간들 또한 잊을 수 없죠. 지난 번 전시회에서 관객들을 대상으로 작품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던 적이 있는데요. 장애인 작가와 비장애인 작가의 작품이 섞여있고 그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을 고르는 설문조사였어요. 그런데 모인 관객 중 75%가 넘는 분들이 그림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감상과 함께 저희 작가의 '행복한 나의 일상'이라는 작품을 선택해주셨어요. 또 다른 작가의 그림은 강남에 있는 한 와인샵에 판매가 되었는데, 그 그림을 접한 손님들께서 작품이 너무 좋다며 작가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가지셨다고 해요. 또 제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만난 이소연이라는 작가가 있는데요. 그 작가의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다가 도곡동의 브라운핸즈 카페의 대표님께도 전달되었고 결국 그 공간에서 다른 장애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그 대표님이 이소연 작가의 그림을 대형 현수막 포스터로 제작하여 건물 외벽에 걸어주셨는데 그 포스터를 보고 소연 작가의 모든 가족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어요. 항상 누군가에게 칭찬대신 문제 아이로 평가 받는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의 축하와 축복을 받는 것에 대해 감격스러워 하시더라고요. 많은 장애 아동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정말 한 평생 움츠러들어계시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런 경험들 속에서 작가의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함을 느껴요. 


Q. 앞으로의 활동계획과 비전이 궁금합니다.

스페셜아트의 세 번째 <울림>전이 12월에 유나이티드갤러리에서 있을 예정이에요. 그리고 '내 아이의 큐레이터'라는 이름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도 계획 중에 있어요. 미술에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서포트하시는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는 커리큘럼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스페셜아트의 작가들과 작품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비전이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세계 3대 비엔날레에 우리 작가들의 부스가 세워지는 것을 꼭 보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우리의 이 특별한 전시회를 전 세계인들이 함께 감상하고 교감할 수 있겠죠?

또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발달장애인 예술에 대해 더 많이 그리고 깊이 있게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장애인 예술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훨씬 잘 되고 있는 편이에요. 인식이 더 개방되어있기도 하고요. 우리 나라는 아직 보편적인 복지가 우선이기 때문에 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특히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언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나마 존재하는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기가 어려워요.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그들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더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우리 나라 장애인 예술계도 균형 있게 발전하기를 소망합니다. 


인터뷰    방혜인 인턴 리포터


사 진       스페셜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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