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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원주민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알파카인형, 이은정 컬처디자이너



알파카 인형으로 페루 원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이은정 컬처디자이너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쥬얼리 디자이너이자 페루 알리미인 이은정입니다.


본인을 주얼리 디자이너와 페루알리미, 두 단어로 표현하셨는데요. 먼저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직접 실버 주얼리 제작을 하기도 하고, 해외의 수공예 쥬얼리 상품을 한국에 수입 판매하는 일을 해요. 몇 년 전부터는 해외 브랜드의 한국 에이전시를 론칭하며 에이전트 사업을 시작했어요. 저도 쥬얼리 디자인을 하다 보니 해외를 나가면 그 나라의 색(色)이 담긴 제품들을 눈여겨보게 되고, 특색있고 소장 가치 있는 제품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해외 제품을 소싱하고 판매 루트를 구축하는 등 사업가의 역량도 키워가고 있어요.


루와의 인연도 에이전시 사업과 연관이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에이전시 업무를 하다 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돼요. 대표적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열리는 패션 박람회를 참여하게 되는데요. 페루알리미가 된 계기도 ‘2017 PERU MODA ASIA‘ 박람회의 알파카 소재 관련하여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패션사업은 소재가 중요해요. 특히 자연소재는 시장가격의 변수가 많은 편인데, 몇해 전부터 중국과 몽골의 캐시미어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캐시미어의 고급 대체 소재인 '알파카’에 관심이 많이 쏠렸어요. 당시 에이전시를 운영하던 저도 자연스레 알파카 소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아시아 최대 알파카 패션 트레이드 행사인 ‘페루 모다 아시아’ 에 참가하게 되었죠.

저는 박람회 등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에요. 소재에 대한 지식 습득, 다양한 업체의 상품을 비교·분석하는 것뿐 아니라 디자인이나 경영적인 아이디어도 나눌 수 있는 장(場)이잖아요. 그런 적극성으로, 당시 ‘페루 모다 아시아’에서도 꽤 다양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페루 상무부와 인연이 닿았어요. 페루 정부에서 저의 에이전시 경력을 보고 컨설팅을 부탁하였고, 그렇게 페루의 사업을 한국에 소개하는 일을 하게 되었죠.


어떠한 방식으로 페루의 산업을 한국에 소개하시나요?

​페루는 예로부터 섬유산업 강국이었어요. 과거에는 미국과 남미의 대표적인 패션 소싱처였죠. 페루의 국가 경제 발전과 더불어 인건비가 상승하며 소싱처로서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섬유 산업 강국이며 이와 관련된 시장과 시스템이 잘 발달하였죠. 초기에는 페루의 우수 패션 소싱 기업을 한국 업체와 연결하는 일을 하였는데, 최근에는 제가 직접 쇼륨을 기획하여 페루의 패션잡화 브랜드 및 제품을 한국 소비자에게 소개해요. 제가 직접 페루의 경쟁력 있는 패션 브랜드 및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보니 메이저 업체뿐 아니라, 중소, 혹은 산속 공동체 마을의 수공예 제품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제가 대표님을 알게 된 계기는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페루 원주민의 자립을 돕는 알파카 인형'을 통해서인데요. 사업 매칭을 넘어 공공성을 가지고 일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페루의 경우, 도시민과 원주민의 경제적 차이가 큰 편이에요. 특히 산속의 원주민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에요. 대부분 자연에서 나는 소재를 가지고 수공예품을 만들며 살아가죠. 하지만 생산한 수공예품의 판매경로는 페루의 관광지, 지역 시장 혹은 소수의 주문 거래가 다여서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갖추기 어려운 이들이 많죠. 특히 고지대에 거주하는 원주민의 상당수가 15년 전에 일어난 테러리스트 집단의 습격으로 남편을 잃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들이 많아 더욱더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컸어요.

오랜 시간 알파카 소재로 수공예를 해온 이들이기에 그들이 만든 핸드크래프트 제품의 퀄리티는 꽤 좋은 편이기에 판매 경로를 넓혀주는 것을 고민하다 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게 됐어요. 크라우드 펀딩은 유통 과정을 최소화하여 최대한 원주민에게 더 많은 이익이 갈 수 있는 구조여서 그들의 경제적 자립 자금을 마련하는 데 효율적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알파카 인형을 제작하는 페루 산간 마을 원주민

페루 원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수공예품이 알파카 인형이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알파카를 선택한 이유는 알파카가 페루의 상징이기 때문이에요. 페루는 전 세계 알파카 섬유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제1의 알파카 섬유 생산국이에요. 또, 안데스 지역으로부터 수천 년간 전해 내려온 전통 직조 기술로 뛰어난 알파카 제품을 생산하죠.

하나의 이유를 덧붙이자면, 페루에서 생산되는 알파카 제품은 알파카를 사살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페루 정부는 알파카를 보호하기 위해 알파카 사냥을 불법으로 제정하고 있어요. 알파카 소재는 크게 섬유와 가죽으로 나누어지는데, 섬유의 경우 주기적으로 알파카 털을 깎아 소재를 얻고, 가죽은 자연사한 알파카로만 생산해요. 페루의 알파카는 해발고도 4000이 넘는 청정 안데스 지역에서 자연 방목으로 자라는데, 새끼 알파카의 경우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자연사하는 경우가 있어요(전체의 약 10%). 목장주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체가 되기 전에 자연사한 알파카 가죽만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죠.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자연 친화적 방법에 안심이 되어 페루에서 만들어지는 알파카 제품을 한국에 알려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알파카 섬유나 가죽을 이용한 제품이 아닌, 알파카 인형을 선택한 이유는, 알파카 소재의 수공예 작업을 하는 페루 원주민 중 알파카 인형을 만드는 이들의 환경이 가장 열약해요. 패션 잡화의 경우, 회사 혹은 그들만의 공동체를 통해 그나마 정기적으로 일거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반면, 알파카 인형은 판매경로가 적어 생계유지가 가장 힘들다고 해요. 그래서 그들에게 먼저 도움이 되고자 알파카 인형을 선택하게 됐죠. 또, 쇼룸에 전시했던 알파카 인형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여서 제품의 경쟁력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

페루 원주민을 돕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품의 취지를 알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소비자가 알파카 인형을 구매함으로써 어떻게 페루 원주민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지 자세히 전달했죠. 실제 소셜펀딩을 통해 후원해주신 많은 분이 취지에 동감을 표해주셔서 뿌듯했고요. 또한, 좋은 상품을 제공하고자 노력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의 후원으로 십여군데의 산간 마을의 원주민들과 작업했는데, 알파카의 부위별 털의 질감 차이뿐 아니라 만드는 이들의 기술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모든 인형의 디자인과 품질이 일정할 수 없어요. 물론 이게 핸드메이드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되도록 모든이가 만족할 수 있도록 제품의 퀄리티에 많이 신경 썼어요. 제가 직접 페루에 가서 함께 작업할 수공예 마을들을 선정하고, 원주민들과 소통하며 품질을 통일성 있게 유지하고자 노력했죠. 펀딩을 진행하는 동안 5번이나 페루를 다녀왔네요.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앞서 말했듯이, 제작여건이나 수공예품의 특성상 인형마다 차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최소화하고자 노력은 하였음에도, 털이 풍성하지 않아 초라한 걸 보냈다, 눈, 코가 삐뚤어졌다 등 꽤 많은 민원을 받았어요(웃음). 수공예품은 제작자와 구매자 모두를 존중해야 하기에 중간 판매자의 역할이 꽤 힘들어요. 알파카 인형의 취지 및 수공예품의 특징을 설명하며 최대한 지혜롭게 대처했지만, 곤란한 상황을 많이 겪어 '내가 이 활동을 계속해야 하나' 스스로 고민하기도 했죠. 하지만 인형을 받기 전과 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 활동의 취지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기에 지금까지도 이 일을 하고 있네요.


페루 원주민들이 제작한 핸드크래프트 알파카 인형 ​

반대로, 가장 인상 깊었던 때가 언제이신가요?

제가 운영하는 편집숍에서 알파카 인형을 상시 판매하는데, 손님들이 알파카 인형에 관심 갖고 구매해주시는 모든 순간이 참 좋아요. 저는 패션 제품의 세일즈 경험이 많지만, 사람들이 제품을 보거나 사는 순간 표정 자체가 환해지는 경우를 처음 접했어요. 의류의 경우 ‘아, 이거 마음에 든다’는 반응은 나와도 옷을 보며 미소 짓거나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알파카 인형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이 '와 이거 너무 귀엽다, 이쁘다' 하시며 입가에 번지는 웃음을 보는 것이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물건을 팔면서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웃음). 개인적으로 취지가 담긴 제품은 그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이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구매를 독촉하지 않아요. 하지만 관심을 보이시는 분께 알파카 인형이 갖는 취지를 설명하면 생각보다 많은 분이 구매를 결정하세요. 그 순간이 또 뿌듯해요. 나눔 바이러스가 전해지는 기분이거든요.


알파카인형 프로젝트를 통해 실질적으로 페루 원주민들의 삶이 개선되었는지 궁금해요.

​삶의 질 개선이라는 표현보다는, 생계유지가 가능해졌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아요. 수요 부족으로 노동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작지만 도움이 되었을 뿐이죠. 특히 원주민들이 그들 선에서는 큰 거래를 경험하며 계획적인 작업을 해본 것이 큰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자립이 어려운 원주민들은 여전히 많죠. 앞으로도 인형뿐 아니라 페루 원주민들이 만든 알파카 소재의 다양한 수공예품을 소개할 계획이에요. 물론 좋은 취지의 제품을, 좋은 퀄리티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달하려 노력할 것이고요.


다소 주제에 벗어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수공예품을 선호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느림의 미학이 지닌 가치는 오랫동안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구매자는 수공예품의 디자인과 가치를 동시에 소장할 수 있죠.

천편일률적으로 빠르게 생산된 제품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더디게 탄생한 제품 고유의 개성이 제가 수공예품을 선호하는 이유에요.


이은정 컬처디자이너가 직접 운영하는 편집숍 '컴발리'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 및 대표님의 최종 꿈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아직도 생활이 어려운 페루의 원주민이 많아요. 그렇기에 앞으로도 그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저의 꿈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누는 삶'을 실현하고 싶어요. 패션 에이전시 사업을 하며 제품과 가치를 함께 판매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해요. 그 고민이 현재 활동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가치 있는 소비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노력해야죠.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타인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고민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노주형 인턴

사진 이은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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