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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WCOkorea

[인터뷰 ]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교육문화를 만들다, 오경은 컬처디자이너

가정의 달 5월을 제일 먼저 반기는 '어린이날'이 코 앞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장난감, 인형, 게임기가 아닌, 그들의 순수한 마음과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키우며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놀이교육을 확산시켜나가는 '룹킨'의 오경은 대표를 만나보자.

아이들의 생각이 '정답과 오답'으로 구분되는 사회가 아닌, 생각 그 자체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그래야 우리는 모두 다양하고 창의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잖아요.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본인 소개 및 활동 소개 부탁드려요. 반갑습니다. 저는 영유아 놀이교육 플랫폼 '룹킨'의 대표 오경은입니다. 룹킨의 놀이교육은 국내 최초로 영유아 교육에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을 적용하여 기획개발한 영유아 교육 플랫폼이에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지성과 인성을 학습할 수 있는 놀이교육 프로그램 기획 개발 및 본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놀이교육 교사(Kin-Pro) 양성, 이 두 가지가 룹킨의 주 활동이라고 간단히 소개할 수 있겠네요. 룹킨의 활동은 크게 영유아 놀이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과 놀이전문가 양성으로 나뉘어지는거네요. 놀이교육 프로그램부터 이야기해볼게요. 룹킨이 기획개발한 놀이교육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룹킨은 디자인씽킹을 접목한 놀이의 기본 철학을 지키기 위해 그룹수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사회성과 협동심을 기르기 위해 일대일 수업이나 튜터링은 지양하고 있죠. 또한, 놀이교육은 아이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는 정답이 없는 교육이다 보니 지역별, 공동체 내의 아이들이 경쟁 없는 교육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특징이죠.   보다 현실적인 특징을 이야기해보자면, 놀이교육 수업 시 사용하는 재료가 저렴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어요. 그 흔한 교구조차 쓰지 않죠. 교구는 편할지 모르지만 여러 면에서 좋지 않거든요. 일단 부모님께 경제적인 부담이 되고, 일반적으로 교구를 사용할 때 아이의 집중력이 15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 재활용품, 색종이 같은 재료들은 집중시간이 50분 이상으로 아이들이 생각을 발산할 수 있는 자율성을 제공해요.

또, 정말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해요. 많은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겉으로만 놀이를 강조하며 강의 위주 수업이 이루어지곤 하거든요. 아이들의 놀이보다 교육자의 강의가 커지면 진정한 놀이교육이라고 할 수 없어요. 교육자는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할 뿐, 아이들이 놀이 전반의 과정에서 배움의 주체가 되어야 하죠. 교육프로그램이지만,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교육받는다는 것을 느끼지 않게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또한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디자인씽킹을 접목한 놀이교육 프로그램 진행 모습

아이들은 놀이교육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우나요?  창의성의 요소에 포함되는 문제해결 능력 ∙ 팀워크능력 ∙ 실패에 대한 적응능력 ∙ 발표력 등이죠. 이 능력들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길러져요.  "높은 곳에 있는 보물을 어떻게 잡지?"라는 문제를 주면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서 높이 있는 물건을 꺼내보거든요. 당연히 한번에 성공하지 않죠. 그래서 여러 번 시도하게 되는데, 놀이니까 실패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거예요. ‘아, 이게 짧네? 더 길게 해볼까?’ 생각하며 또 도전함으로써 자연스레 시행착오를 거치게 돼요. 그 과정에서 놀이 교육자는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표출하게끔 도와주죠. 그러면서 아이들 스스로 발표하고 있다는 것조차도 모른 채 발표능력도 향상되는 거예요. “누가 자랑해줄까?”, “이건 뭐지? 이 친구가 궁금하대!” 라고 선생님이 발표를 유도하면 아이들은 ‘아, 몰라서 물어보나 보다’, ‘궁금한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무의식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게 되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발표력이에요. 한 달만 지나도 발표를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던 아이가 갑자기 발표를 자신 있게 하거든요. 석 달 정도가 지나면 팀워크 능력이 생기기 시작해요. 그리고 한 5-6개월 지나면 리더십이 어느 정도 길러지더라고요. 전체를 볼 줄 아는 능력이 길러졌기 때문에 알아서 역할 분담하고, 자발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 도와주죠. 놀이교육에 참여한 모든 아이를 일반화할 순 없지만, 6개월 이상 놀이교육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아이들이 스스로 “누가 이거 해줄래? 내가 이거 할까?”라고 말할 때면 뿌듯해요. 지성(知性)만큼 중요한 것이 인성인데요. 놀이교육이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나요? 디자인씽킹의 기본인 '팀워크'를 위해서는 인성교육이 필요해요. 그 인성교육이 거창한 게 아니고 들어주기, 발표하기, 기다려주기, 도와주기라 할 수 있어요. 먼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생각을 말하고, 친구들이 말할 때 뜸을 들여도 기다려주고, 후에 친구가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는 거죠.

룹킨에서는 이 과정을 아이스브레이킹으로 만들어요. 친구가 이야기할 때 들어주면 좋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을 그려서 통에 넣고 한명씩 뽑으라고 해요. 대부분의 아이가 본인이 그린 과일이 나오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어떻게 하면 자신이 그린 과일이 나올 수 있을지 고민해요. 그 고민의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신이 뽑은 과일을 옆 친구에게 귀솟말로 전해주기 시작해요. 그러면 아이들은 '사과는 이미 나왔기 때문에 안 나올거야. 나는 내가 그린 오렌지를 뽑을  수도 있어' 라는 기대감으로 게임이 끝날 때까지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며 긴밀히 협력하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선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한다는 것을 배우고, 자신이 한 행동을 타인에게 전달해줘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돼요. 선생님은 게임이 모두 끝난 다음 아이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해요. “다들 해보니까 어때요?” “재밌어요!” “내가 그린 과일을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친구의 말을 들어야해요!” “그치, 옆 친구가 뽑은 과일이 무엇인지 들어줬죠? 친구 말을 들을 때 우리 어떻게 했죠?" "쉿! 조용히 해야 잘 들려요~"

놀이교육 중 협업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나눌수록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느껴지는데요. 놀이교육을 진행하는 선생님은 어떤 분들인가요? 놀이전문가 분들은 선생님이란 개념보다 '퍼실리테이터'(촉진자)에요. 아이들은 놀이전문가분들의 닉네임을 부르며 다 같이 존댓말을 쓰는 분위기 속에서 협업을 진행하죠. ‘하하’같은 닉네임으로 어른을 대하게 되니까 아이들도 그들을 평등하게 바라보게 되고, 선생님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돼요. 게다가 놀이전문가분들은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해도 곧장 문제를 해결해주기보다는 올바른 질문으로 지도하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선생님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놀이전문가분들이 행동하는 걸 보면서 자연스레 그 모습을 따라 하게 되죠.

디자인씽킹 놀이전문가 양성과정(기초)

놀이교육 전문가(Kin Pro) 양성과정이 궁금해요.  놀이전문가 교육은 한양대학교∙ 서울산업진흥원 SETEC 등에서 이루어지는데요, 디자인씽킹 기반의 놀이교사 양성 과정(Kin Pro Lab)을 마치신 분들이 룹킨 플랫폼에서 아이들에게 놀이교육을 제공하는 구조에요. 양성 과정은 크게 기초와 심화로 나뉘어요. 기초 과정은 먼저 디자인씽킹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체험형 워크숍에 참여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 놀이프로그램을 습득하는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으로 어른들끼리 연습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은 후 현장 실습을 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요. 심화 과정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단계로 넘어가죠. 디자인씽킹과 새로운 학문을 융합해서 놀이를 만드는 거예요. 상당히 창의적이면서도 도전적인 과제죠. 예상외로 심화 단계에서 다양한 놀이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탄생해요. 생체공학을 전공하신 분은 인체의 구조나 신비를 알 수 있는 놀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시고, 요리를 전공하신 분들은 음식을 통해 영양을 배울 수 있는 놀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시죠.

디자인씽킹 놀이전문가 양성과정(심화)

놀이교육 전문가에 도전하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지 궁금해요. 놀이교육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해선 놀이전문가 양성이 중요한 부분이에요. 많은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놀이교육의 취지를 이해하는 놀이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고요. 그런 면에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놀이전문가 양성과정에 함께하시는 상당 수의 분들이 '아이의 행복'을 바라세요. 때문에 과정 전반에 진정성이 담기죠. 놀이전문가 양성과정에 함께하는 분 중 특히 '경력단절 여성'이 많은데요. 결혼 후 전업주부로 전향하며 사회활동이 단절된 여성들에겐 의미 있는 기회라고 많이 말씀해주세요. 저희도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놀이전문가 양성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자리 창출에 가치를 두고 있어요. 양성과정 수료와 함께 바로 놀이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놀이교육 활동의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노력하며, 여성으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탄력적 근무제도에도 많은 고민을 기울이는 중이죠. '놀이교육 전문가' 양성과정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어른으로서 영유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먼저 인내심이 길러진다고 많이들 말씀하세요. 놀이전문가 교육 과정 내에도 디자인씽킹의 요소가 다 있거든요. 책을 주고 암기하는 교육이 아니라, 어른들도 아이들과 똑같이 참여하고 이야기하고 발표하는 자리이잖아요. 그런 경험을 통해 ‘아, 아이들도 발표가 힘들구나... 재촉하지 말아야지’를 깨닫는 거죠. 항상 놀이전문가분들께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인내의 5초'예요. 속으로 아이들에게 5초를 주자는 거죠. 5초만 참으면 아이의 생각이 막히지 않고 표출될 수 있거든요. 놀이 전문가분들이 처음 교육 과정을 접했을 때는 일반교사 교육과정이라 생각하시지만, 체험을 통한 교육을 거치고 알게 되죠. ‘내가 선생님이 아니었구나’ ‘선생님의 역할을 내려놓고 구성원이 되어야 하는구나’ 그러면서 교육 경험을 통해 질문을 많이 던져주는 사람으로 발전해요.

적극적으로 놀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

아직 '디자인씽킹'이나 '놀이교육'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도가 높지 않잖아요. 놀이교육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많을 것 같아요. 몇몇 부모님들이 오직 가시적인 부분만 요구하실 때 많이 힘들죠. 부모님들이 프로그램 설명을 들으면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이 “교구를 왜 안 써요?”에요. 저희가 부모님에 대한 경제적 부담 덜어드리는 동시에 아이가 다양한 생각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해 드려도 뭔가 허전하다고 느끼시죠. 아이들의 창의력 테스트를 해달라는 요구를 하시기도 하는데, 사실 부모님만큼 아이의 창의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없거든요. 부모님이 느끼시고도 그게 창의력인지 모르고 ‘그런 거 말고!’라고 하실 때 속상해요. 더불어, 보통 수업이 끝나면 아이가 수업시간에 했던 무언가를 가져오는데, 놀이교육 프로그램은 그룹으로 진행되다 보니 어느 개인이 결과물을 들고 갈 수가 없어요. ‘꼬리는 지은이가 만들고, 머리는 현수가 붙였는데 나 혼자 들고 갈 수는 없어.’ 아이들 스스로 이렇게 느끼기 때문에 자연스레 결과물을 두고 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당시 같은 장소에 없던 부모님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들어하시는 부분이 있어요. 그룹수업이다 보니 결과물보다 결과물이 합쳐지는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데도 말이에요. 반대로 놀이교육의 긍정적인 측면은 어떤 것인가요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기존 교육에서 기르기 힘들었던 능력들을 신장시킴으로써 그들을 다양한 방면으로 성장시킨다는 거죠. 부모님의 후기를 들어보면 아이가 교육을 받고 한 달이 지났을 때 질문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전에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라고 하면 ‘응’하고 놀았는데, 지금은 엄마가 무엇을 할지, 장난감으로 다른 놀이를 어떻게 할지 질문한다는 거예요. 또 연필로 그림을 그리다가 틀려서 지우개가 필요할 때도 흰색 크레파스로 지우는 기발한 생각을 했대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신감 있게 표출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긍정적 측면이라 생각해요.   운영 측면에서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놀이 전문가 양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어요. 놀이전문가 양성과정을 수료한 취업준비생들과 경력단절 여성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놀이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운영방식을 지속 개발하고 있죠. 또,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줄이는 부분도 있어요. 요새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친구를 만나게 해주려고 학원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거주 동네나 자택에서 놀이교육을 진행하게 되면 사교육비 문제도 개선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놀이전문가가 지역 유휴공간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지역 공간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가져오고요. 좀 더 깊게는, 저희는 놀이전문가가 영유아 교육 시장에서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이 부분이 선생님과 학부모, 학생 모두를 만족하는 데 필수적이라 생각하거든요. 선생님과 부모님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선생님뿐 아니라 부모님도 본인 인증을 하시고, 놀이수업 전 확인사항에 따라 아이가 수업 중 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죠. 영유아 교육 시장에서 현재 선생님의 지위가 굉장히 낮거든요. 교육자는 권위적이어선 안되지만,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역할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놀이교육이라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넘어, 교육자가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 또한 긍정적인 측면이라 생각해요.

미국(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룹킨의 놀이교육 프로그램

룹킨의 향후 계획이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해요. 궁극적인 목표는 놀이교육의 일상화에요. 영유아에서 시니어까지 디자인씽킹 놀이교육을 확산시킴으로써 열린 교육문화를 형성하려고 해요. 현재 중∙고등학교나 대학교∙대학원에서는 디자인씽킹 교육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영유아, 초등,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많이 부족하거든요. 영유아나 시니어 또한 놀이교육을 통해 열린 학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룹킨의 디자인씽킹 놀이교육을 전 연령으로 퍼트리고 싶어요. 장기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올해 강남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놀이교육 프로그램을 배타테스트하고 있어요. 테스트 결과, 초등학교 저학년∙고학년 수준의 프로그램이 시니어 분들께도 적합하더라고요. 시니어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경우 치매 예방 효과도 있고, 시니어 분들께 동네 친구가 생기면서 외로워하시는 분들도 줄어들고, 사회 전반에 디자인씽킹의 요소가 가미되어 각자의 의견을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해요.

또한, 룹킨의 디자인씽킹 놀이교육 프로그램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의 글로벌화를 계획하고 있어요. 작년(2017)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룹킨의 놀이교육 프로그램을 현지 아이들에게 적용하고 부모에게 피드백을 받는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가장 많이 받은 피드백의 내용은 '룹킨의 놀이교육 프로그램은 그룹교육을 기본으로 하기에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형성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였죠. 아이들이 그룹 놀이를 통해 제시된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상상하다 보니 '내'가 아닌 '우리'라는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감 능력이 형성되는 것을 큰 장점으로 뽑아주셨어요. 인간의 사회성이 형성되는 영유아 시기에 아이들 스스로 공감 능력을 깨닫는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유아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죠. 이러한 포인트를 잘 살려 룹킨의 놀이교육 프로그램이 세계시장을 향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하고 좋은 놀이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또 수정ㆍ보완해나갈 예정입니다.

놀이를 통해 스스로 교육의 주체가 되는 아이들

룹킨의 놀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떠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어른들이 아이들이 내는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런 변화를 통해 아이들이 정답이라는 틀에 박혀 있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좋겠고요. 

교육을 하다 보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정답'이 아이들의 생각을 재단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예를 들어, 안전교육을 목적으로 여름에 선풍기를 켜고 코드를 뽑지 않아 불이 난 상황을 제시하며 아이들이 도망치다가 아기돼지 친구가 다쳤고, 불 난 곳에서 아기돼지를 구출하는 방법을 찾는 활동을 해요. 그러면 아이들은 물이 도움 된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헬리콥터를 만들어 나가보자, 옷으로 줄을 만들어서 구출하자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거든요. 안타까운 건 어른이 그런 방안이 가능하지 않다,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막는 거예요. 기성세대는 이런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으시니까 아이가 동떨어진 생각을 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또, 아이들이 이미 '정답에 대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들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과정에서 좋아하는 과일을 그려보라고 해요. 그런데 못 그리는 아이들이 간혹 있거든요.

“어떤 과일이 좋아요?” “사과요.” “사과가 어떻게 생겼어요?” “동그래요.” “동그란 건 어떻게 생겼어요? 위와 같이 대화를 유도해도 여전히 동그라미를 못 그리는 아이에게 다시 물었죠.  

“왜 못 그리겠어요?” “사과 모양이 아니면 어떡해요?” 벌써 어린 아이들이 정답과 오답을 아는 거잖아요. 사과는 찍어낸 것이 아니라서 모양이 다를 수 있는데, 이미 그 형상이 틀에 박혀있어서 아이들이 정답이 아닌 것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더라고요. 너무 안타까웠죠. 아이들의 생각이 '정답과 오답'으로 구분되는 사회가 아닌, 생각 그 자체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그래야 우리 모두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잖아요. 인터뷰        김동은 인턴 사 진        오경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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