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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WCOkorea

[인터뷰] 재능이 모여 이루는 희망, 리듬오브호프

최종 수정일: 2018년 4월 9일

12월. 한 해의 끝자락을 깨닫게 해주는 것들이 있다. 부쩍 추워진 날씨, 캐럴, 그리고 구세군의 자선냄비. 
빨간 자선냄비, 그 곁을 지키는 봉사자들은 여전하고 모금을 부르는 까랑까랑한 종소리도 변함없건만 
정작 자선냄비를 향한 우리들의 마음도 변치 않았을지 괜히 걱정이다. 
기부를 오용한 사건사고가 많았던 올 한 해, '나눔'에 대한 신뢰와 유대가 높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조금은 더 행복했으면 하는 연말.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을 북돋고자 
바람직한 모금문화를 지향하는 청년들의 열정을 공유한다. 
재능을 나누어 희망을 만들어 가는 이들, 후원콘텐츠 제작 비영리 봉사단체 리듬오브호프를 소개한다.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 먼저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리듬오브호프’의 김예원입니다. 리듬오브호프는 재능기부를 통한 나눔 문화를 확산하고자 2014년도에 연세대학교의 미디어봉사동아리로 시작, 올해(2017) 8월 비정부기구(NGO)로 공식 출범하였습니다. 리듬오브호프의 재능기부자들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모금 콘텐츠를 제작하고, 온라인 사이트에 모금 콘텐츠를 공유하여 모금활동을 진행, 모금액을 그들에게 전달하는 활동을 합니다. 

         

대학동아리에서 비정부기구(NGO)로 확장한 셈이네요. NGO로 출범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가장 큰 이유는 더 많은 재능기부자와 함께하길 희망해서죠. 대학동아리는 학생, 혹은 학교 관계자가 아니면 참여가 힘들잖아요. 교내를 넘어 자신의 재능을 뜻깊게 활용하고 싶은 이들은 누구나 리듬오브호프와 가치 있는 동행을 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갖춰야 한다 생각했어요. 또, 정말 투명한 기부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요. 리듬오브호프는 정말 실질적 도움이 절실한 이들의 사연을 콘텐츠로 만들고, 제작된 콘텐츠를 공유함으로써 모금된 금액 전액을 그들에게 전달하고자 해요. 하지만, 이러한 활동에 있어서 교내동아리로서 갖는 한계성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어떤 한계성인가요?

 

일단 온라인 기부 플랫폼에 ‘동아리’의 형태로는 모금함을 개설할 수 없기에 사회복지법인의 명의를 빌려 모금함을 개설해야 했어요. 또, 모금액의 일정 비율을 모금 플랫폼 사용료로 내야 하죠. 쉽게 말해, 100만 원이 모금된 경우 100만 원 전액을 사례자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무엇보다 모금문화는 투명해야 한다 생각하기에 비정부기구로 공식 등록하고, 리듬오브호프의 자체 온라인 모금 플랫폼도 구축하게 됐죠. 


리듬오브호프의 NGO 출범은 투명한 모금문화 실현을 위한 의지라고 볼 수 있겠네요. 리듬오브호프의 미디어 봉사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게요. 미디어봉사라는 개념은 무엇이며, 다양한 봉사 중 미디어 봉사인 이유가 있을까요?

‘미디어 봉사’라는 것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재능기부자들이 영상 콘텐츠 제작을 통해 봉사를 하기 때문에 쉽게 미디어봉사단체라고 소개하게 됐죠.  ‘왜 미디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리듬오브호프는 생명이 달린, 생계가 걸린 정말 절박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봉사를 지향해요. 그래서 저희 스스로 ‘재난적 의료비 구호단체’라고 소개하기도 하는데요. 

   

재난적 의료비 구호단체요?

네.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의료비 부담이 큰 저소득층 중증질환자 가구에게 일정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정부 사업이지만, 실질적으로 이 혜택을 받는 저소득층 중증질환자 가구는 전체의 10% 남짓이에요. 큰 의료비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이들은 결국 민간 기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기부를 받기 위해서는 모금 콘텐츠가 있어야 하잖아요. 대부분 직접 제작 할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전문기관에 모금콘텐츠 제작을 맡기는 일도 절차나 경제적 부담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죠. 

   


그러한 분들을 위해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는 거군요?

네. 이렇게 힘든 사례자들의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도와줄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요. 영상 콘텐츠는 대중 전달력이 좋아 단시간 내 모금 성공률이 높아요. 봉사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당장 수술이 필요한 중중질환자나 그들의 가족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모금액의 결과가 곧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거든요. 리듬오브호프의 재능기부자들은 봉사의 과정에서 자신의 재능이 당장 누군가에겐 절대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에 늘 최선을 다하며 ‘봉사’의 참된 의미를 배우게 되죠. 

   


모금 콘텐츠는 모두 재능기부자가 만드는 건가요? 재능기부자 모집은 어떻게 했는지요.

콘텐츠는 모두 재능기부자들이 만들어요. 리듬오브호프는 교내 동아리로 시작했기 때문에 활동 초기의 재능기부자 대부분은 연세대학교 학생들이었지만, 현재는 서울 시내 대학 몇 곳과 협약을 맺어 홍익대, 세종대, 중앙대, 이화여대 학생들도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어요.


재능기부 영역은 시나리오/촬영/영상편집/작곡/페이지디자인으로 나뉘어요. 교내 재능기부자는 매 학기 초에 영역별로 모집을 하는 상태며, 교외는 언제나 오픈 상태에요.

 

※ 재능기부신청 링크: http://rhythmy.kr/

        

재능기부 영역(시나리오/촬영/영상편집/작곡/페이지 디자인)이 모두 예술 관련이네요?


일단 저도 작곡을 전공하는 예술학도예요. 각 모금 콘텐츠의 스토리에 어울리는 음악을 작·편곡하는 재능 기부를 해요. 리듬오브호프는 예술적 재능을 가진 학우들이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고민하며 만들어진 동아리에요. ‘예술봉사’라는 것이 벽화 그리기, 자선 공연 등으로 한정됨이 안타까웠거든요. 예체능 학생·종사자가 그들의 전문성을 살려 보다 현실적인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모금 콘텐츠 제작을 위한 예술인들의 재능기부’를 받게 된 거죠. 




모금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전문성이 있어야만 봉사를 할 수 있는 거라면, 재능기부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것 같아요.

절대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건 리듬오브호프의 취지를 이해하고 봉사에 대한 의지에요. 분야별로 필요한 업무 능력은 워크숍과 매뉴얼을 통해 수시로 배울 수 있어요. 리듬오브호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재능기부’라는 것이 꼭 재능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의 마음을 바탕으로 재능을 익히며 실현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매뉴얼이나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에요. 그래서 리듬오브호프의 선임들이 각 분야의 업무매뉴얼을 다듬어가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리듬오브호프의 중요 키워드가 재능 기부잖아요. 최근 재능 기부는 무급노동의 강요다라는 기사를 접한 기억이나요.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재능 기부에 대한 이러한 해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재능기부’란 말이 논란이 되는 경우는 재능기부를 강요받았을 때라고 생각해요. 저는 ‘봉사’에서는 ‘노동’의 개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봉사는 자의에 의해 행해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 ‘의무적으로 하는 것’, 혹은 ‘대가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때문에 자의적 봉사로서 실천하는 재능기부를 일반적인 노동의 범주로 보기엔 어렵죠. 하지만, 스스로 원치 않는 재능기부를 강요받았다면 그것은 원치 않는 노동이 될 수 있죠. 그래서 무엇보다 재능 기부는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리듬오브호프 역시 마찬가지고요. 

     

콘텐츠 제작 과정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모금 콘텐츠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나요?

우선 협약을 맺은 사회복지기관들로부터 매달 모금 사례자를 추천받아요. 올 8월에 리듬오브호프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로는 공식 사이트에 직접 모금 신청을 할 수도 있고요. 추천받은 사례자 중 가장 도움이 시급한 경우를 우선순위로 하여 각 사례마다 모금 콘텐츠 제작팀을 결성해요. 촬영장 방문 전 사전인터뷰를 선행하고, 촬영 진행, 후반 작업(영상편집, 음악작업, 자막 및 더빙 등)을 통해 하나의 콘텐츠가 완성돼요. 콘텐츠 하나의 완성주기는 약 2주예요. 시나리오 팀이 사례자의 사연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소개 글을 작성하고, 페이지 디자인팀이 완성된 영상콘텐츠를 글, 카드뉴스와 함께 온라인 모금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본격적으로 모금이 시작돼요. 


지금까지 총 몇 개의 콘텐츠를 제작했나요? 모금액은 어느 정도?

현재까지 121개 사례를 콘텐츠로 만들어 모금했어요. 누적 모금액은 약 7억 원에 달해요.  




모금액이 상당한데요? 


모금 콘텐츠의 83%가 목표 금액을 달성했어요. 다른 매체나 기관과 비교했을 때 모금률은 좋은 편이라 자신해요. 그 이유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인데요. 리듬오브호프의 ‘좋은 콘텐츠’는 ‘high quality'라는 뜻보다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Do our best)는 뜻이에요. 영상 콘텐츠에는 각 분야의 전문성과 아이디어를 잘 녹여내고자 노력하고, 영상 콘텐츠와 함께 사연을 전달하는 시나리오 작업이나, 웹 페이지 디자인도 굉장히 신경 써요.

사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는 당연히 제작비가 필요하잖아요. 리듬오브호프는 동아리였고, 현재는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비영리단체(NGO)인데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해요?

제작비 중 가장 큰 비중인 인건비가 들지 않아 천만다행이죠. 동아리였을 땐 소정의 동아리비를 제작에 필요한 실비로 사용했어요. 동아리비가 많지는 않아서 사례자의 거주지가 지방일 경우 팀원들끼리 회비를 모으기도 하고 그랬어요. 공동으로 사용가능한 촬영, 편집 기기는 교내외에서 봉사 관련 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으로 구입하고 후원을 받기도 했어요. 현재 리듬오브호프는 수익활동을 하지 않는 비영리단체이기에 앞으로의 제작비 여건도 큰 변동은 없을 것 같아요. 교내외의 후원비가 제작비의 대부분일텐데 리듬오브호프를 응원해주시는 후원금의 사용도 투명하게 금액 및 내용을 공개 할 예정이에요.  

   



모금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례자와의 스킨십이에요. 현장에서 사례자의 실제 삶을 직접 보고 함께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든 분야의 재능기부자가 실감하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촬영장에는 촬영부서 뿐 아니라 전 팀원이 동행하고자 하죠. 촬영 전 단계에서 사전인터뷰를 진행하지만, 말로 전달받은 것과 잠시나마 실제 그들의 환경을 경험하는 것은 정말 큰 차이에요. 또 그 현장경험에서 받은 감정이 모든 분야의 재능기부자들의 창작 근원이 되어주고, 그것들이 모여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실성 있는 콘텐츠가 탄생한다고 생각해요.  

    


모금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욕심이 생기는 경우는 없나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리듬오브호프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꼭 지키는 원칙이 있어요. ‘사례자의 입장’을 가장 우선한다는 거예요. 리듬오브호프가 계획하는 프로젝트 중 ‘빈곤 포르노 캠페인’이 있어요. 

    


빈곤포르노요?

빈곤포르노 예시


신조어에요. ‘빈곤 혹은 질병으로 곤경에 처한 이들의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일으켜 모금을 유도하는 방식’을 비꼬는 단어죠. 리듬오브호프도 ‘빈곤 포르노’에 대해 많이 고민하며 활동해요. 저희가 제작하는 모금 콘텐츠가 누군가에겐 빈곤 포르노로 여겨질 수 있고, 그렇다면 창작자, 또 봉사자의 입장에서는 그 의견에 귀 기울여야한다 생각하거든요.  




이 부분에 대한 저희의 답변이 바로 ‘사례자의 생각을 우선한다’는 거죠. 대다수 일반인은 자신의 신상이나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꺼리죠. 모금 콘텐츠의 사례자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그들은 이미 자신의 초상권이 목숨보다는 가치가 낮다고 판단하고 카메라 앞에 선 거죠. 절박함을 타개할 희망의 수단으로 모금 콘텐츠 제작을 결심한 그들에게 얼굴만 노출되고 수술비 마련은 실패하는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리듬오브호프는 절대 없는 이야기를 꾸며내거나, 창작자의 욕심으로 과도한 각색 혹은 자극적인 연출을 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지켜요. 하지만, 사례자에게 리듬오브호프가 제작하는 모금 콘텐츠의 가장 큰 가치가 ‘모금액 달성’일 경우, 편집과정에서 ‘이런 컷(cuts)을 사용하면 너무 자극적인가?’, ‘우리 콘텐츠도 빈곤 포르노로 여겨질까?’라는 세세한 걱정 하나하나에 목 멜 수가 없어요. 오히려 우리의 그런 고민이 당장 수술비가 급한 사례자에겐 너무 큰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리듬오브호프는 ‘빈곤 포르노’에 대한 대중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때로는 모금의 결과가 사례자의 생사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자극적인 만큼 효과적인 ‘빈곤 포르노’가 모금방법의 종류일 뿐, 부정적으로 인식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공유하고자 해요. 


 
예를 들면 어떻게요?

 동일 사례의 동일 촬영본을 가지고 두 가지 버전의(자극적이지만 대중적인 or 윤리적이지만 비대중적인) 모금콘텐츠를 제작하고, 같은 기간 내 각각의 모금함을 개설하여 최종모금액의 차이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빠르게 모인 모금액이 사례자에겐 어떻게 쓰였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며 ‘빈곤 포르노’를 사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볼까 생각중이에요.

    


빈곤 포르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니 모금 콘텐츠를 사례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네요. 사실 올해 유독 기부문화에 대한 대중적 불신이 커졌죠. 사회적으로 충격을 안긴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기부 포비아'란 단어까지 등장했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모금에 대한 대중적 인식 변화를 시도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정치적, 또 사회적으로 ‘기부’란 단어를 앞세워 비상식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난 한해잖아요. 그러다보니 기부, 모금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그 불신이 ‘바른 기부문화’를 위한 대중의 재고(再考)가 되어야지, 기부문화를 흑과 백으로 바라보는 퇴보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리듬오브호프 재능기부자들의 소감멘트


모든 무슬림이 좋은 사람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이슬람 사람들이 테러리스트인 것도 아니잖아요. 수혜자들도 마찬가지에요. 어금니 아빠와 같은 비인간적인 사람도 있지만, 정말 모금 자체에 감사하고 그 감사의 마음을 희망으로 바꾸며 살아가는 분들도 많거든요. 기부 문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보다는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기부문화’의 옳은 방향을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또, 모금 기관이나 시스템의 투명성이 강화되어 기부자들이 불신 없이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 저희처럼 작은 단체들의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리듬오브호프 활동을 통해 무엇을 느끼는지 궁금해요.

‘공감’이죠. 개인적으로 리듬오브호프와 활동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성취감’보다는 ‘죄책감’이에요. 그들의 삶의 무게는 감히 가늠할 수도 없고, 동정할 수도 없으며, 섣불리 제가 무언가를 도와주겠다고 언약할 수도 없거든요. ‘공감’은 타인의 상황이나 생각에 동감하다란 의미지만, 전 공감의 진정한 의미는 타인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배려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희귀질환을 겪는 아이의 부모 마음,  병마와 싸우며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저희가 공감할 수 있을까요? 경험해보지 않은 그 암담함을 저희가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얕게나마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예의는 갖출 수 있다 생각해요. 저 또한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고, 각양각색의 처지에 놓인 타인을 대할 때마다 천편일률적인 태도로 봉사에 임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그들 개개인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 배려할 수 있는지 배워나가고 있거든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공감의 실천이란 말이 참 좋네요. 예원씨의 공감실천법이 담긴 스토리가 있을까요?

음. 지금 떠오른 건 춘천에서 만난 다섯 살 꼬마아이인데요.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다섯 살짜리 꼬마 아이를 처음 대면했을 때, 제가 더 분위기를 띄우고 왁자지껄 행동했어요.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니 이미 마음의 문을 닫고 실어증을 앓는 아이에게 일회적인 방문으로 또 한 번 마음에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조용히 아이의 곁에 앉아 오선지를 꺼냈죠. 아이의 마음이 치유되길, 사람들이 이 아이에게 희망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곡하며, 그 멜로디를 읊조리며 아이를 위로했어요. 제가 빨리 작곡을 해서 이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모금 콘텐츠가 조금이라도 빨리 제작된다면 좋겠다는 그 당시의 간절한 마음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또, 부양의무제라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수급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병마와 싸우는 할머니를 방문했을 때는, 촬영이 끝난 후 할머니가 자신의 텅 빈 집을 보며 ‘한참 어린애들에게 내가 왜 구구절절 나의 치부를 드러냈을까’와 같은 허탈감을 느끼시지 않도록 그 순간에 제 나름대로의 아픔과 치부를 할머니와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던 순간도 기억나네요.

    

수혜자들과의 관계는 유지하나요? 1회성 모금에 그친다면 아쉬울 것 같은데.

이 부분이 리듬오브호프가 풀어가야 할 가장 큰 난제이고, 궁극적인 목표라 생각해요. 리듬오브호프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능한 많은 모금 기회를 지원하는 것이 1차 목표에요. 하지만, 각 사례의 모금이 종료되고 난 후 온라인 모금함이 개설되었던 플랫폼이나 리듬오브호프의 SNS에 ‘영상을 늦게 접했는데. 현재 000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라는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사례를 중심으로 사례자와 기부자(재능기부자, 금전적기부자 모두 포함)가 1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어요. 그 소통이라는 것이 ‘후원받는 자(사례자)-후원하는 자(기부자)’가 아닌 ‘사람-사람’이 된다면 더욱 좋겠죠. 민간 기부문화를 만들어가는 NGO로서 지속성 있는 나눔 문화에 대한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NGO로 발돋움한 리듬오브호프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목표는 투명한 모금문화를 만드는 것이에요. 이 시대의 대중은 이미 기부문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이제는 투명성을 원하잖아요. 자신이 기부한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고, 결과적으로 사례자의 어려움이 어떻게 나아졌는지 공유하는 것은 투명한 모금문화를 만듦과 동시에 나눔 문화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이렇게 투명한 기부문화가 조성하여 민간기부를 활성화 시키는 발판을 마련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더하여, 앞서 말한 것처럼 기부자와 사례자가 ‘모금’을 통한 일회성 인연이 아닌 ‘나눔’이란 문화로 지속적 동행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여 실현하고자 합니다.


인터뷰   윤혜성

사 진   리듬오브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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