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여성으로 태어났다면 피해갈 수 없는 초경, 월경, 그리고 폐경. 여러분은 ‘완경’에 대해 아시나요? 혹시 ‘완경’을 처음 들어보신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세요. ‘완경’의 의미를 알리고 완경여성들에게 두번째 인생을 선물하는 ‘달고리’ 권예은 대표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대표님과 '달고리'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초경에서 완경까지 연결고리 ‘달고리’ 대표 권예은입니다. 달고리는 여성의 생애가 행복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완경박스를 판매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고 온라인에서는 3번 정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강연이나 박람회로 완경박스를 소개하고 달고리라는 이름으로 인사 드리고 있어요. 완경이란 단어가 많은 분들에게 생소하실 거 같아요. 완경, 그리고 달고리는 무슨 의미인가요? 초경에서 완경까지 연결고리인 ‘달고리’는 생리, 월경의 순우리말인 ‘달거리’에 착안해서 만든 이름입니다. ‘달’은 month의 월과 달의 의미를 가지고, ‘고리’는 반복되는 주기나 순환을 의미합니다. 즉, 한 여성의 초경부터 완경까지의 생애주기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완경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폐경이란 단어를 바꾸고자 한 여성학자가 만든 단어이고요, 원숙한 여성으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누구든지 무엇인가를 완성했을 때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처럼 완경도 마찬가지로 완성을 했을 때의 뿌듯함을 가진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완경을 마라톤에 비유해서 표현하는데, 마라톤 풀코스가 42.195km이고 한국 여성들이 평균적으로 완경을 시작하는 나이가 45세거든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처럼 완경에 대해서, 완성에 대해서 인정을 하는 단어가 바로 ‘완경’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달고리가 주력하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완경여성분들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완경박스를 제작하는 활동에 현재는 제일 집중하고 있어요. 또한, 앞으로 초경이나 월경, 완경이라는 여성의 생애가 조금이라도 편해지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달고리와 완경박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나 동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대학교 3학년일 때, 어머니께서 갱년기를 고되게 겪으셨어요. 하혈을 3번 넘게 하시고 그때마다 항상 입원을 하셨죠. 세 번째 하혈 후 입원을 하셨을 때는 제가 시험기간이라는 핑계 아닌 핑계로 많이 도와드리지 못하고 딱 하루, 엄마 옆에서 잠을 자고 도와드렸어요. 그리고 몇 년 후, 그때의 일을 회상하시는데 “예은아 사실은 그때 너랑 같이 잔 하루만 내가 편하게 잤었어.” 라고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때 느꼈죠. 갱년기, 그리고 폐경(완경)이라는 것이 아무리 신체적인 치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인 케어까지는 안되고 있었던 거구나 하고요. 또 이 문제는 비단 저희 어머니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라는 발상이 떠오르게 되었어요. 그때 모든 완경여성들을 위해 완경박스를 만들기로 다짐했고 완경이라는 단어를 확산시켜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달고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완경’에 대한 사회적 인지의 변화를 느끼시나요? 네, 저와 비슷한 또래 젊은 층에게 좀 더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카드뉴스나 저희 완경박스를 접한 분들께서 의미를 알고 나니 되돌아보게 되었다며 SNS 메시지로 소감을 보내주시고는 하는데 그럴 때 정말 많이 변화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인터넷을 접하기 어려운 어머니들은 직접 완경박스를 선물 받고 완경에 대해 접하시는 경우가 많으세요. 그럴 때는 완경박스를 전환점으로 더 이상 완경이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시거나 원래 알고 계셨던 걸 환기하셨다는 소감을 받았습니다. 말씀하신 답변은 대부분 여성고객들에게서 나타난 변화들이네요. 혹시 남성고객들에게 보인 변화는 없을까요? 크라우드 펀딩 회차가 거듭될수록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또 저희의 기사를 보시고 아내 선물로 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사면 되냐고 한 중년 남성분께서 전화를 해주신 적도 있고, 남자고 무뚝뚝한 성격이라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머니와 데면데면했지만 완경박스를 알게 된 후 완경을 맞으신 어머니 방에 몰래 놓고 나왔더니 어머니가 울고 계셨다, 완경박스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후기도 들었어요. 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예전에 비해서 점차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고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창출하기 위해 대표님은 어떤 고민을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희로애락이 있는지 궁금해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면서 항상 한정수량으로 완경박스를 판매하였는데요, 워낙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마음을 담는 깊은 대화를 위한 선물이다보니 조금이라도 세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때마다 보름이 되기 전에 조기마감이 되는 등 성공적인 성과가 잇따랐는데, 그렇다 보니 주변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고 상시 판매를 하라는 말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상시판매를 한다면 저희가 생각하는 만큼의 정성을 들일 수 없다는 판단을 했고 한 박스, 한 박스에 정성을 들이면서 한정판매를 지속했어요. 기업적인 이익 창출과 완경박스의 본래 의미를 지키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 있었지만 완경박스의 본래 의미를 지키고 달고리의 가치를 위한 일이었기에 정성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상품기획과 제품구성 등을 보완하여 오프라인 입점부터 상시판매까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달고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의미 있는 순간과 기억에 남는 순간도 많을 거 같아요.
선물을 준비하시고, 선물을 받은 모든 분들께서 후기를 들려주시는 순간이 항상 의미 있어요. 한번은 부산에서 너무 잘 받았다고 직접 전화를 주시기도 하고 애정 어린 피드백과 편지 쓰듯이 정성스럽게 후기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정말 많이 계셔요. 그러한 후기들, 메시지들을 받을 때면 너무 감사해서 정말 많이 힘이 나죠. 또 완경박스를 선물한 날이 정말 특별한 날이 되었다, 자칫 모르고 넘어갈 수 있었던 완경의 의미를 일깨워주셔서 감사하다는 후기들을 들을 때면 정말 뿌듯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완경박스를 만들기 전에 갱년기 나이에 근접한 여성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었을 때에요. 갱년기 때 받고 싶은 선물을 여쭤봤는데 한 여성분께서 ‘그런데 저는 갱년기 때 선물을 받는다는 거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뭘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때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생일에는 생일선물을 받고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등 기념일에는 뭔가를 축하 받는 것이 당연시 되어왔잖아요. 그런데 갱년기 때에는 선물을 받고 축하를 받는 일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 당연시 되어 온 거니깐 참 마음이 아팠죠. 그래서 그런 답변을 듣고 완경박스를 꼭 만들어야겠다고 한번 더 다짐했었어요.
그렇다면 완경박스 말고도 월경문화 개선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활동들이 있으신가요? 완경파티인 완두콩파티(완경, 두 번째 인생 시작, 콩그래츄레이션)을 계획하고 있어요. 완경파티를 기획하는 이유가 완경박스를 보시면 당신을 위로하고 응원하고 감사한다는 이 세가지 단어가 중점이 되는 키워드인데 아직 대부분의 완경여성분들은 위로, 응원, 감사를 받을 준비도 못하셨거든요. 근데 이 단계를 뛰어넘고 바로 축하를 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우실 수도 있어요. 완경이 왜 축하 받을 일인지 당황스러우실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완경박스를 통해 위로, 응원, 감사를 충분히 받은 분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서 축하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파티를 해보자는 것이 완두콩파티의 의도에요. 완경파티가 진정으로 완경을 축하 받을 수 있는 자리로,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완경에 대해서 깊게 이해하는 파티가 되기를 원하고, 또 완경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사실 가족관계가 잘 형성 되어있어야 그런 깊은 대화도 가능하잖아요.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잘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깊은 대화도 이루어질 수 있는 파티가 되길 소망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달고리와 완경박스의 따뜻한 디자인과 글귀가 돋보여요. 어떻게 기획하시나요?
글귀는 전부 제가 쓰고 있고, 어머니를 포함한 모든 완경여성이 완경박스를 받는 순간이 잊을 수 없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작성해요. 글귀를 작성할 때 저희 어머니를 포함한 많은 완경여성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완경을 겪을 때 느끼는 감정에 제가 최대한 이입해서 공감하려고 했고, 어떤 단어나 문장이 이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작성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저희 어머니세대에서 부끄럽거나 민망하게 느낄 수 있는 ‘폐경’이란 단어를 자연스럽게, 또 부담되지 않게 ‘완경’이란 단어로 받아들일 수 있으실지를 고민하며 작성했습니다.
디자인에서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둘 다 의미를 가지고 행복할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위한 면이 따로 존재하고 그러한 따뜻함을 디자인에 녹이고 싶었습니다.
달고리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완경’이라는 단어를 전달하는 거요. 저는 폐경은 축하할 수 없지만 완경은 축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성의 갱년기에 찾아오는 것은 폐경이 아닌 완경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는 순간부터 사회가 변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완경’이란 단어를 계속 알리고 싶어요.
그렇다면 대표님이 소망하는 월경문화는 무엇인가요?
자연스러움이에요. 벗어날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자연스럽게 이겨낼 수 있는 문화를 소망해요. 초경이든 월경이든 완경이든 모두 다 그렇게 되기를 원하고요. 시작부터 끝까지 그 무엇도 안 힘든 과정이 없기 때문에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모든 순간들에서 거부감이나 피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지 않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저희가 제공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여성의 생애가 자연스러워지기를 바라요.
앞으로 달고리 프로젝트, 혹은 권예은 컬처디자이너의 계획 혹은 바람이 있다면요? 완경을 자연스럽게 축하하는 문화로 만들고 싶어요. 아직은 축하를 받으시기 조금은 어려워하시기 때문에 위로, 응원, 감사에서 나아가 완경을 축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완경문화’가 되도록 노력할 거에요. 또, 저와 달고리가 성장하는 과정이 아직은 소소할지라도 그것들이 누군가의 책갈피가 되어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의 인물과 함께 기억 되기를 바랍니다. § 에필로그 § 저도 완경에 대해 몰랐을 시절, 완경이 위로, 감사, 응원을 받고 축하를 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갱년기는 스스로, 알아서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폐경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가득했습니다. 완경에 대해 그리고 완경박스를 알고 난 후, 바뀐 것은 단어 하나 밖에 없는데, 그 과정의 모든 것들이 환기됨을 느꼈습니다. 갱년기를 바라보는 시선도, 갱년기를 맞이하는 입장도 모두 따뜻하게 변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암울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갱년기가 무언가를 완성했다는 뿌듯함으로 가득할 거 같습니다. 또 ‘완경박스’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완경박스는 비단 갱년기 여성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선물이 아닙니다. 완경박스를 선물함으로써 그간 소홀했던 관계가 회복되기도 하고 가정이 화목해지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완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듬고 마음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월경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권예은 컬처디자이너 님을 응원하며 글을 맺습니다. 인터뷰 문하은 인턴 사 진 달고리 제공